@designfestival.kr
지난해 11월 13일~17일 코엑스에서 ‘판을 바꾸는 디자인, 게임체인저’를 주제로 ‘제23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주최 측은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몰입’을 제시했고, 특히 한 가지에 몰입한다는 의미의 은유적 표현으로 ‘덕후’를 제시했다.
‘덕후가 세상을 바꾼다’는 주제와 같이 디자이너들이 이번 페스티벌을 참가한 이유 역시 특정 분야에 몰입하게 되어 남다른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에 에디터는 ‘2024 서울디자인 페스티벌’에서 떠오르는 넥스트제네레이션 영 디자이너들에게 그들의 ‘몰입’에 대해 물었다.
‘Cotta’ 정세운 대표
: 넥스트 제네레이션의 수집
@cotta_archive
Q) 브랜드와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A) ‘코타’는 3D 패션 아카이브다. 즉, 현실의 패션 아이템을 Polycam, Kiri Engine을 이용한 3D 스캐닝을 통해 디지털 속에서 객체화하고, 이를 통해 디지털화된 패션 아이템을 수집, 공유하며, 그 과정을 가시화해 더욱 체계화된 수집을 가능케 하고 흥미를 돋우는 프로젝트다.
Q) 브랜드와 관련해서 몰입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또 나아가 지금의 브랜드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
A) 수집하는 것에 몰입했다. 처음 제 자신의 패션 아이템 아카이브를 시작으로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발전과정, 나를 더 잘 기록하고 이를 체계화하는 과정, 직관적으로 표현하자면 “나를 어떻게 더 잘 자랑할 수 있을까?”의 방법으로서 수집에 몰입하게 됐다.
아이디어가 수익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문화를 향유하는 데서 그친다고 생각한다. 몰입하는 대상이 생겼고, 이를 내가 잘하는 분야로까지 발전시켰을 때, 나의 아이디어를 선택받는 것이 아닌 그것을 필요로 하는 영역을 찾아 필요성을 설득하고 판매, 계약하여 수익화시키거나 더욱 큰 가능성을 열어가는 것이 제가 창업 후 수익화를 낼 수 있었던 방법이었다.
실례로 패션스쿨과 패션 브랜드는 기록을 통해 만들어지고, 이를 행하면서 더 단단해진다는 점에 집중해 이에 수집은 이들이 선택하는 영역이 아닌 필요로 하는 영역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컨텍 후 설득시켜 현재 동업 중이며, 저를 필요로 하는 영역을 점차 늘려 나가고 있다.
Q) 영 디자이너인 만큼 다소 젊은 나이에 브랜드를 전개하는 데에 큰 리스크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이에 실패의 두려움은 없었는지, 이를 극복했던 노하우가 있었다면.
A) 리스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저의 리스크 극복 방법이다. 프로젝트 준비단계에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이에 대해 스스로 답하며, 솔루션을 준비한다. 이 과정을 글로 써 내려가며, 나의 언어로 승화시키고 문제 발생 시 이를 적용한다. 모든 문제를 예상범위 내에 두어 리스크가 없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노하우다.
세종대학교/ @thug_club 과의 콜라보
‘넘브’ 김한표 대표
: 일상의 무감각에 대한 해독
@numb.social
@guff_han
@artifact.supply
Q) 브랜드와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A) ‘넘브’는 기존에 전개하던 액세서리 브랜드인 ‘테스트 아티팩트’의 익스페리멘탈하고 퓨처리즘 디자인을 추구하는 본인의 상업적 페르소나와 상반된 코지하고 차분한 집에 있을 때의 나 자신도 표현하고 싶어 전개하게 된 브랜드다.
또한 더 편안하게 즐기고 치유될 수 있는 아이템을 전개하며, 나아가 힐링 캠프 등 치유의 개념을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오브제 브랜드다. 테스트 아티팩트를 운영하며, 겪은 지나친 상업화와 자극, 여기서 파생되는 일상생활에서의 무감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이에 대한 디톡스로써 넘브를 소개하고 있다.
Q) 브랜드와 관련해서 몰입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또 나아가 지금의 브랜드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
A) 초등학교 때 UCC를 제작하며, 미적으로 더욱 완성도 있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과 이에 돌아오는 좋은 반응을 보고 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선택하게 됐다. 한 분야에서 그리고 같은 나이 대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맞물려 디자인에 몰입하게 됐다.
청소년기 시절 과학 선생님이셨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실험과 과학 잡지를 많이 접하게 되었고, 이에 디자인의 여러 방향 중 퓨처리즘, 익스패리멘탈 디자인에 더욱 몰입하게 됐다. 저의 디자인을 상업화시키는 매체개체로 액세서리 제작을 선택해 창업하고 수익화를 진행했다.
Q) 브랜드만의 차별성
A) 테스트 아티팩트, 넘브의 차별성은 레퍼런스, 모토를 따로 두지 않고 제로에서부터 디자인하였기에 디자인에 진실성이 담겨있으며, 국내에서 유일한 특별한 디자인을 전개한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또한 넘브는 3D 프린팅을 통한 프리오더 방식의 판매를 진행하기에 남는 재고로부터 오는 환경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점이 차별적이다.
Q) 영 디자이너인 만큼 다소 젊은 나이에 브랜드를 전개하는 데에 큰 리스크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이에 실패의 두려움은 없었는지, 이를 극복했던 노하우가 있었다면.
A) 제 첫 브랜드인 ‘테스트 아티팩트’를 런칭할 당시 리스크를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금전적, 제가 목표하는 커리어의 달성 부분에서 성공해야만 제가 목표를 이루고 살아남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패란 옵션에 없었다.
그것이 절 더 몰아붙였고, 결과론적이지만 리스크를 극복하게 된 계기가 됐다. 첫 브랜드 런칭 이후에는 욕심의 영역이었고 여유가 생긴 만큼 실패의 두려움이 생겼지만, 이루어본 성공의 경험에서 용기를 얻고 있다.
에디터가 직접 촬영한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넘브’의 부스. 김한표 대표는 직접 부스에 누워있음으로 무감각함과 치유에 대한 일종의 행위예술을 선보였다.
‘무타’ 장진영 대표
: “Create your Oasis”,
@muta____________________
Q) 브랜드와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A) 무타(無他)는 ‘아무런 까닭이 없음’이라는 뜻이다. 브랜드를 만들 당시,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만들었고, 이에 의미가 부합하는 ‘무타’를 브랜드명으로 채택했다.
“우리가 오아시스를 갖고 싶은 데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반드시 가져야 할 뿐이다.” 저의 오아시스. 즉, 창작은 도자 작업이라는 매개에 제 이념을 더한 작업으로 형성되었고 이에 무타는 붓다상 인센스 홀더 등 세라믹 소재를 활용한 오브제를 필두로 전개되는 브랜드인 지금의 형태를 가지게 됐다.
무타는 ‘평등하다는 감각’을 바탕으로 창작을 한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치를 바탕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무타만의 것으로 승화시켜 창작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저의 붓다상은 붓다가 가지는 종교에 국한된 개념을 넘어 그 자체로 위안을 주는 오브제로써 ‘성별, 종교, 취향이 달라도 괜찮다’라는 위로와 평등의 메시지를 담았으며, 이를 표현하기 위해 붓다상의 색상, 형태 등을 변형해 부처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Q) 브랜드와 관련해서 몰입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또 나아가 지금의 브랜드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
A) 제가 몰입했던 것은 도자 작업이다. 관련 분야를 전공하진 않았지만 밤낮으로 관련 내용을 찾아보고 스케치하고 잠들기 직전까지 자료를 찾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동네 공방에서 핸드 빌딩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고 집에서 조그맣게 공간을 만들어 생각나는 것들을 마구 만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핸드 빌딩만 3년 정도 꾸준히 해왔었고 올해 전시에 선보였던 ‘붓다상 같은’ 시리즈의 디자인을 만들고 싶어 석고 캐스팅 기술을 배우게 됐다. 사실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디자인이라 배우고 났을 때의 기쁨의 감정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아마 이것이 브랜드를 계속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브랜드를 창업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나만의 동력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게 저에게는 창작에 대한 욕구다.
Q) 영 디자이너인 만큼 다소 젊은 나이에 브랜드를 전개하는 데에 큰 리스크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이에 실패의 두려움은 없었는지, 이를 극복했던 노하우가 있었다면.
A) 저에게 리스크란 다른 말로 설렘과 기대라는 생각이 든다. 설렘과 기대를 최대한으로 높이고 리스크를 낮추는 방법은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작게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작한다면 실패도 내가 감당할 만한 수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신 거기에서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다짐으로 조금씩 나아가면 된다. 이것이 제가 리스트를 다스렸던 방법이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욕심도 생기고 조바심도 생긴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필수적이며, 저에게는 이것이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고 독서다.
도자작가 오지희
: 공구의 예술적 접근
@5_jiheee
Q) 브랜드와 작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A) 일상적으로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사물을 도자라는 소재를 활용해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작업에서는 일상적 사물 중 공구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 과정에서 공구가 예술적 오브제로서 새로운 기능을 가진 사물로 변모하는 모습을 통해 기능적 역할을 넘어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여 일상의 사물들이 가진 숨겨진 미학과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풀어내는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감각을 제공하고자 했다.
Q) 브랜드와 관련해서 몰입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또 나아가 지금의 브랜드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
A) 주로 ‘일상 사물’이라는 주제에 몰입해왔다. 일상 속에서 무엇이든 이유와 쓰임을 깊이 탐구하려고 하였고, 그 속에서 잠재력과 가능성을 찾아 다양한 방식의 접근법에 대해 분석하고 집중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평범한 것 속에서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그들이 지닌 잠재력과 가치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기회를 가지려 했다.
Q) 브랜드만의 차별성
A) 공구를 단순한 기능적인 도구가 아닌, 예술적 실험의 매개체로 활용하며 독창성을 추구해왔다. 형태의 변화와 결합을 통한 실험적 접근은 차별화된 요소다. 대량생산이 아닌 각 작품마다의 고유한 의미와 가치를 넣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였으며, 단순히 제품을 제공한다는 것을 넘어 사용자들이 새로운 시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돕고자 하는 등 특별한 경험 및 가치를 선사하고자 하는 점에서 제 작품이 차별성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끝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영 디자이너들의 자신감 넘치고 밝은 에너지를 전달받아 에디터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좋은 영향을 받았다. 그들의 순수하고 밀도 높은 몰입에 대한 이야기에 에디터로서의 질문 해소를 넘어 큰 영감을 받았다.
이 기사를 통해 독자 분들도 영 디자이너들의 몰입에 대한 메시지와 그 에너지를 전달받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독자 분들만의 몰입을 찾아내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며 기사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