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요즘 젊은 층에서 대세라는 애니메이션이 하나 있다.
“진격의 거인(進撃の巨人)”이라는 다소 일본스러운 이름의 이 애니메이션은,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들로 인하여,인간들은 방어벽을 치고 그 안에서 살게 되었는데,높은 벽 덕분에 인간들은 100여년 간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하지만 어느 날,정체를 알 수 없는 한 거인으로 인하여 그 벽은 붕괴가 되고,식인 거인들이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평화는 깨졌고,공격하는 거인들과 방어하려는 인간들 간의 전투가 시작된다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다.생각보다 젊은 층에 널리 알려져서,공중파 방송에도 “진격의 xx”라는 표현이 패러디 될 만큼 널리 인기를 끌고 있다.
▲ 진격의 거인과 요즘 대세라는 장미칼의 만남 | |
50미터 높이의 커다란 벽을 쌓으면서 100여년 간 지켜온 평화.그 평화로움에 취해있던 애니메이션 초반에 등장하는 병사들.그리고 이유도,정체도 알 수 없는 그냥 “순수악”인,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들. 그 앞에 무력하게 잡아 먹히고 밟혀 죽는 선량하게 표현되는 “인간”들. 이 애니메이션은 초반부터 처절할 정도로 등장하는 모든 “인간”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다리가 잘리고 거인에게 씹혀먹히고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 한 채 피투성이가 되어 먹이감이 되는 것은 주인공마저 예외가 아니어서, 그동안의 슈퍼히어로물에서처럼 몇대 맞고 그저 입가에 피나 좀 묻으면, 큰 숨을 들이 마시면서 “훗,어디 이제 좀 해볼까?”라며 굳이 그제서야(처음부터 사용해도 되었을) 필살기를 사용한다던지,헐리웃 블록버스터의 영웅들처럼 총알이 빗발치는데 굳이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가 수백명을 처치하는데,단 한발도 몸에 맞지 않는다던지 하는 식으로속 시원한 쾌남주인공이 거인을 발기발기 찢어 죽이는 액션을 기대하면서 이 애니메이션을 접했다가는 초반부터 주인공의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충격적인 장면에 그야말로
개멘붕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을만큼 이 만화는 현실적이고 비참하게 진행된다.
만화를 만화로만 받아들이자는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계속해서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한가지가 있다.바로 “오늘의 일본”이다.요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언행도 그렇고, 일본 제국주의를 바라보고 가르치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기본적인 태도를 보고 있자면 이 애니메이션의 세계관 자체과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평화를 사랑하는 선한 일본인들과 그 일본인들을 이유도 없이 못살게 구는 주변국들”이라는 대전제.극 중 어머니를 거인에게 잃은 주인공은, 그저 거인들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기만을 바라는 다른 동료들과 달리, 힘을 키워서 밖으로 나가 저 거인들을 전부 죽여버리겠다고 끊임없이 외친다.그리고 그 장면은 평화헌법 96조 폐지를 부르짖는 현 아베 신조 내각의 태도와 매우 닮아있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한가지 빠져있는 것이 있다.그것은 바로, “어째서”이다.어째서 거인들이 인간을 잡아먹으려 하고,어째서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작가는 단 한줄의 설명도 하지 않는다.중요한 것은 그저, 거인은 인간을 잡아먹고 영역을 침범했으며,그것만으로 인간은 무조건적인 “피해자”요,거인은 “악”으로 규정되는 매우 간단한 논리가 전개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 제국주의의 목적이 무엇이었고,어떤 일들이 있었는가,그래서 그들은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는 관심 없이, 그저 비인간적인 “핵무기”의 첫 피해자이고,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착한 일본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 그들을 일본인은 “진격의 거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20CFBB CHIEF DESIGNER 이학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