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 이지연이 선보인 2013 F/W 자렛(JARRET) 컬렉션의 테마는 ‘VIVA LA REINA'로 앙리 루소(Henri Rousseau)의 '전쟁(La Guerre)'이란 작품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았다. 일명 '불화의 기마상'으로 불리는 이 그림의 부제는 '전쟁, 그것이 나아가는 곳마다 공포를 일으키고 절망과 눈물, 파괴를 남긴다'이다. 아방가르드적으로 표현된 혼돈과 악몽의 전투 장면이지만 그 속에서 숨어있는 환희와 절대적인 힘에서 디자인적인 영감을 얻었다.
19세기 후반, 유럽에서는 고급 문화 코드를 즐기는 분위기가 유행하면서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새로운 여성상으로 대두된다. 부르조아 시대와 벨 에포크 시대에 넘어가는 과도기의 여성들은 스스로의 주인이자 인간으로서 주체성을 꿈꾸며 남성 중심의 억압적 상황에서 벗어나 내면의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 가슴에 ‘자유’라는 이름을 감춘 혁명적 여전사로 거듭난다.
디자이너 이지연은 19세기 여성들이 꿈꾼 내면적인 욕망과 주체성에 대한 환상을 청동색(Copper color)으로 표현해 여전히 진행중인 페미니즘 운동을 표현했다. 절대적인 관습이 여성들의 주체성을 억누르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여성들이 나래를 펼 수 있었던 19세기에 공식적인 수많은 파티를 여성들의 해방구이자 사회적 전쟁터로 상상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 자렛의 뮤즈(Muse)는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아름다움 이면에 혁명적인 파괴력을 갖고 있는 스워드 퀸이다.
메인 컬러는 올리브 그레이, 그레이시 그린, 안트워프 블루이고 포인트 컬러로 블랙과 청동색을 사용했다. 소재는 울, 실크, 오간자, 가죽, 인조 모피를 사용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미나렛 실루엣(minaret Silhouette), 드랍 숄더, 오버 사이즈 재킷, 머메이드 스커트, 아우어글래스 실루엣을 선보였다.
이번으로 두 번째 제너레이션 넥스트(Generation Next)에 참여한 자렛 이지연은 남성과 여성이 공존하는 듀얼리즘적인 패션으로 주목 받고 있는 신인 디자이너다. 내셔널 브랜드와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9년 자렛을 런칭한 이지연은 소녀시대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주목을 받으면서 2011년 세컨드 브랜드인 허니 자켓을 론칭해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재 다양한 편집 매장과 백화점을 중심으로 유통을 전개하고 있으며, 파리와 LA, 홍콩 등에서 열리는 패션쇼와 페어쇼에 참가하면서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