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Designer 이상봉 "패션은 우리문화 韓流 이끄는 원천"

이상봉 디자이너ㆍ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 회장
KoreaFashionNews | 입력 : 2013/01/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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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에 위치한 이상봉 디자이너의 샵을 방문한 날은 지난달 31일. 연말인 탓에 그와의 인터뷰는 약속시간을 30분여 훌쩍 넘긴 12시 30분 즈음 시작됐다. 늘 이 시간이면 오전 미팅으로 분주하다는 그다. 더구나 지난해 5월 설립된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의 초대 수장으로 올 2013년를 맞이하는 그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최근 문화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대통령은 나라의 얼굴인 만큼 멋쟁이 대통령이 돼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패션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다.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패션을 외국에 홍보하려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그저 얼마짜리 옷을 입었느냐 식의 부정적인 시각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옷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재단부터 봉제, 디자인 등 일련의 제작과정을 맡아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다. 결국 대중적인 심리를 극복해야만 이 패션산업의 발전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한국패션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민과 기업,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 그에게 한국패션산업에 대한 대안과 조언을 구했다. 이 디자이너는 한국패션의 생존전략으로 신진 디자이너 육성 및 발굴 그리고 한류열풍을 패션산업으로 이어가야한다는 주장을 여러 매체를 통해 밝혀왔다.

"일단 K-POP 자체가 K-FASHION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선진국의 좌표이며 패션은 인간의 삶과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패션도 대중문화의 범주에 속하고 동시에 활성화를 위해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중은 흘러가는 것이고, 패션은 기업이나 산업과 연관된다. 우리가 성공한 것도 케이 팝이 기획사들의 노력의 결과요 산업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패션산업이 10년간 정체되면서 한국 패션이 도태됐다.

80, 90년대 사향산업으로 생산력과 노동력의 한계에 직면하면서 동시에 디자인처럼 승화시키지 못했다. 우리가 빨리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지원이 절대적이다.

한국패션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단순히 기업에서 디자이너만 뽑아가는 것 뿐 아니라 서울패션위크에서 스타 디자이너가 탄생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기업이 허브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지난해 말 많고 탈 많았던 서울패션위크의 현실을 읽어주기 바란다. 전체 행사자금은 줄고 컬렉션의 지원비는 형편없었다.

서울시에서 몇 십억 지원받는 돈이라고 해봐야 서울시의 신진 디자이너 지원비나 '10 SOUL' 등의 해외수주컬렉션 지원비와 엇비슷하다. 5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치루는 행사가 겨우 이 정도라는 점을 누가 알아줄까 싶다. 더구나 해외 홍보에 4억, 국내 홍보 4억원, 매해 홍보에 쏟아붓는 돈이 서울패션위크와 비슷하다.”

그는 지난 런던올림픽 당시 영국 V&A박물관에서 상설전시회를 열고 현지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마틴 로드 관장은 “이상봉 디자이너의 작품은 진보적이며 미래적이다. 전통과 연계해 미래를 구성하는 우리 박물관의 방향과 잘 맞아 떨어진다”며 극찬했다.

이 디자이너는 이런 극찬에 대해 “우리의 문화적 코드인 한글 덕분에 내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길거리 가다보면 한글디자이너로 불린다”고 말한다.

우리 문화를 알리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는 그는 영국 박물관 전시회의 성공의 원인을 냉철히 분석했다.

"우리 문화를 가지고 영국에서 보여줬지만 내 옷은 결국 우리 전통을 모티브로 했을 뿐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의 박물관은 어떤가? 정체되어 있다. 인사동도 이제 한계에 직면했다. 전통의 회귀와 정체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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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영국 박물관 전시전에서 선보인 것은 조각보와 단청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글 이후 제대로 뻥하고 터진 건 단청이란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기왓장의 곡선을 살린 모자까지. 지금은 V&A박물관 이외에 호주 국립박물관에도 의상을 기증해 전시관 내 하나씩 소장되었다고. 이 또한 의상 자체에 문화적 코드가 내재되어있다는 점에서 먹혀들었다.

한글로 우리 문화를 세계 알리고 있는 문화전도사 이상봉이 말하는 접근방법은 무엇일까?
“늘 외국인의 시각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이 옷을 사느냐 안 사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한복은 너무 아름답지만 외국인들이 구매하지는 않는다. 이 차이다.”

그는 파리나 해외에서 쇼를 하는 이유 역시 문화전도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옷을 팔아야 유지가 되기 때문이라고.

“옷을 팔기 위해서는 우리의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외국인의 눈에 아름답지만 입을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이 입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 문화자체가 알려지는 것이지 아름다움에 그치는 것은 한복으로 족하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내 옷을 입어줘야 내가 존재하고 기업인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우리의 문화는 현재 디자인으로 승화된 것이 별로 없다. 옛날의 원형만 있고 학문적인 연구와 선조의 것을 계승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는 미래로 이어가면서 새로운 창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런 작업은 우리 젊은 디자이너들이 해야 할 의무라고 했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동종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일단 생각은 같다는 거. 내가 던져놓은 것들을 같이 책임지고 가야 된다는 것이 어려우면서도 고된 짐이다.”

그의 아들이자 현재 크레이티브 디렉터인 이청청, 그 역시 아버지 이상봉을 이은 2세대다. 이상봉은 가업을 물려받은 2, 3세대들이 단순히 현상유지에 그치지 않고 부모의 벽을 뛰어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 단계를 뛰어넘는 브랜드만이 존재할 수 있다. 더 이상 현상 유지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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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봉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이 밝힌 올해 연합회의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그에게 이를 물었다.

“신구디자이너 모두가 어떻게 하면 서울패션위크를 잘 치룰 수 있을까? 일단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쇼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디자이너들에겐 희망이자 그들이 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악의 상황의 경우라도 쇼는 해야만 한다.”

이상봉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이 밝힌 올해 연합회의 나아갈 길이다. 더 이상 서울패션센터가 없어진 탓만 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서울패션위크를 이끈 실무진이 없어진 탓에 미숙한 대행사의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것.

“하지만 이제 바닥까지 쳤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일단 현 사태를 긍정적으로 보자.”
이 회장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현실에서 최대치를 뽑아내야 하는가를 논의할 때라고 지적한다.

“힘들더라도 머리 맞대며 몇 년이든 인내심을 갖고 가자. 이제 함께 밥상을 차릴 때다. 이전 차려진 밥상 위에 숟가락만 얹지 말고 이제 디자이너 스스로 자생력을 갖자. 스스로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무조건 100% 도와달라고 손만 내밀 수 는 없지 않느냐.”

그는 스스로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디자이너로써의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사랑에 대한 대가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해준 거에 대해 내가 홍보대사가 됐건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것이고 우리 패션인들도 함께 동참했으면 한다. 우리의 기업들이 많이 하고 있지만 사실상 드러나는 것만 한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회사에 이익이 되는 것만 하려고 든다.
저는 사실 드러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것과 작은 것에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 활동하면서 그들에게 배우고 그들의 현실을 알게 되고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주고 현실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부족하다고 느낀다. 많이 도와주지 못하는 게 늘 아쉽다.”

마지막 질문으로 그에게 연극무대에 대한 아쉬움을 물었다.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과 출신의 그는 언젠가는 도망치다시피 한 그 아픔을 치유하고 싶다고.
그래서 그의 쇼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다. “아마 연극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몸이 허락하는 한 못 이룬 꿈을 이루고 그 무대에서 마무리하고 싶다.”

 



공동취재 김성준/현민우 기자

joonreport@gmail.com /kate@koreafashio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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