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미가 글로벌 브랜드를 눌렀다

외신들, 몽골 대표팀 올림픽 단복 ‘아름다움과 전통의 혼합’
‘역대 단복 중 최고’ 찬사 쏟아내
‘나담 축제’와 전통의상 ‘델’에서 영감…화려한 자수와 액세서리 화제
개막 3개월 앞두고 한 벌당 20시간 총 12주 만에 120세트 유니폼 완성
KoreaFashionNews | 입력 : 2024/07/22 [11:02]

 

[칼럼 김성준 편집국장] 7월 24일 ‘2024 파리하게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몽골 국가대표팀의 개·폐막식 의상이 화제다. ‘아름다움과 전통의 혼합’이라는 별칭을 얻게 된 몽골 유니폼은 날렵한 맵시와 다양한 디테일, 물결 모양에 자수 칼라와 네모난 조끼가 패션 트위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 세계 언론들도 몽골 유니폼에 대해 찬사를 쏟아 내고 있다.

미국 CNN은 7월 16일 “몽골 유니폼은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정교한 자수를 입힌 조끼와 주름 장식의 가운, 액세서리가 특징”이라고 평가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도 7월 20일 보도에서 파리올림픽 출전 국가 중 스타일이 멋있는 유니폼을 착용하게 될 10개국을 선정해 소개했다. 1위로 꼽은 몽골 유니폼에 대해 “가장 아름다운 유니폼”이라고 극찬했다. 

 

이번 몽골 대표팀 유니폼은 몽골 패션 브랜드 ‘미셸앤드아마존카(Michel & Amazonka)’가 디자인했다. 2020년과 2022년 올림픽 대표팀의 공식 유니폼 제작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러나 이번처럼 큰 반응을 일으킨 건 처음이다. 

 

남성패션 글로벌 플래그십이자 전문 매체인 GQ가 Michel & Amazonka의 이사 겸 총괄책임자인 Batbaatar Munkhbaya와의 인터뷰를 통해 몽골 유니폼 제작과정과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에 따르면 불과 3개월을 앞두고 몽골국가올림픽위원회가 선정했던 업체가 계약을 취소하면서 Michel & Amazonka가 디자인을 맡게 됐다고 한다. 시간이 촉박했다. 3개월이라는 짧은 제작기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한 덕에 몽골 유니폼(하계 올림픽·패럴올림픽) 제작시간은 한 벌당 약 20시간. 남성용 70세트, 여성용 50세트 총 120세트의 유니폼이 시간 내 완성됐다.

 

▲ 매년 7월에 열리는 몽고 전통 스포츠 축제인 나담 축제(Naadam Festival) 개막식에는 화려한 지역별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 TIN뉴스

 

이번 몽골 유니폼은 몽골 ‘나담 축제(Naadam festival)’에서 영감을 얻었다.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도 등재된 나담 축제는 매년 7월 전통 스포츠인 씨름·말 타기·활쏘기 3종 경기를 놓고 5일 동안 치열한 경합을 펼친다. 올림픽과 비슷해 개막식에는 화려한 전통의상을 차려 입고 등장한다. 

 

단복의 컬러는 파리의 더운 날씨를 고려해 흰색, 회색과 같은 밝은 컬러를 선택했다. 여기에 올림픽 성화에서 영감을 얻어 금색과 은색이 섞인 중립적인 컬러를 만들어냈다. 특히 유니폼에는 물고기, 산 등 자연 이미지를 새겨놓은 자수가 돋보인다. 조끼 위쪽의 ‘나인 화이트 배너’는 ‘시작의 상징’이며, 산은 ‘근면과 인내’를, 금실 자수는 ‘금메달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유니폼의 실루엣은 몽골 전통 의상인 ‘델’에서 영감을 얻었다.

델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나 두꺼운 원단을 사용하고 좁은 소매와 주로 노란색의 허리띠를 찬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남녀 기수는 개막식에서 델을 입고 그 위에 조끼를 입을 예정이다. 몽골국가올림픽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유니폼과 함께 파우치 백, 새시 벨트, 귀걸이, 뾰족한 부랴트 모자, 구탈 부츠 등 많은 액세서리를 추가했다.

 

무신사스탠다드의 ‘팀 코리아’ 단복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선정한 10개국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됐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한국 유니폼에 대해 “복고풍에서 영감을 얻은 청색 수트에 젊은 감각을 가미해 매우 세련돼 보이며, 옷의 안감은 여름 더위에 대비해 시원한 소재를 사용했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의 전통 색상인 청색과 백색을 주로 사용했고, 벨트를 장식 소재로 사용해 1980년대와 1990년대 요소를 가미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선수단 단복은 무신사 캐주얼 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가 제작했다. 무신사스탠다는 앞서 2023년에도 항저우 아시아 게임 개·폐회식용 단복을 제작했었다.

 

이번 한국 선수단 단복은 청색을 활용한 벨티드 수트 셋업이다. 동쪽을 상징하고 젊음의 기상과 진취적 정신을 잘 보여주는 청색 중에서도 차분한 느낌의 벽청(碧靑)색을 채택했다. 다양한 국가의 선수단 사이에서 한국 대표 팀이 푸르게 빛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무더운 파리 날씨를 고려해 여름용 울 소재를 기반으로 블레이저와 슬랙스 셋업으로 만들었다. 특히 블레이저 안감은 청화백자 도안을 새겨 넣어 한국의 전통미가 돋보인다. 전통관복에서 허리에 두르던 각대를 재해석한 벨트를 따로 제작했다. 

 

블레이저 칼라 안쪽과 티셔츠, 슬랙스, 스니커즈에는 ‘팀 코리아(Team Korea)’ 로고를 새겨 넣었다. 액세서리로는 냉감 소재로 만든 티셔츠와 화이트 스니커즈, 태극무늬 실버 펜던트 목걸이가 함께 지급됐다. 패션 커뮤니티에선 “트렌디하다”는 반응이다. 평상복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디자인이 세련돼 ‘문신템(계속 입는다는 뜻)’으로 인식될 정도라는 평도 있다.

 

“전통한복의 훼손” 

개량한복 논란 종지부 찍어야 할 때

 

몽골 전통 복식을 살린 올림픽 단복의 화제를 접하면서 근래 또 다시 불붙은 개량한복(또는 퓨전한복) 논란이 떠올랐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몽골의 올림픽 유니폼을 극찬하며, ‘아름다움과 전통의 혼합’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대부분 국가팀 단복이 수트 스타일 일색인 것에 비해 전통 복식 스타일을 내세운 몽골 국가팀 단복이 더욱 돋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 유니폼도 전통 복식의 컬러를 사용하고 전통 관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등의 노력이 엿보인다. 그럼에도 전통의상의 실루엣을 그대로 살린 몽골 유니폼과 비교해 한국 유니폼은 전통 복식보다는 서양식 수트다. 한복과 같은 우리 전통 복식의 스타일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도 전통 복식 형태의 유니폼 제작에 대한 부담감이 큰 건 아닐까.

그간 정부 산하 기관들이 개량 한복 형태의 근무복을 도입했으나 번번이 ‘전통 복식을 파괴했다’는 지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에도 또 한 번 개량 한복이 논란이 됐다.

K팝스타 뉴진스가 5월 21일 경복궁에서 열린 ‘2024 코리아 온 스테이지’ 공연에 안이 비치는 시스루 소재의 저고리와 무릎 위까지 오는 치마 형태의 개량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

 

 

그러나 이 의상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단초였다. “경복궁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대여해 입은 한복들은 한복 구조와 맞지 않거나 국적 불명이 많다”고 지적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종류든 한복을 입기만 하면 고궁에 무료입장할 수 있는 현행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논란이 일자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전통 한복의 확산시키자는 의미였을 뿐 개량한복 퇴출이나 강력한 규제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또 고궁 무료관람 제한 등의 정책을 당장 추진할 계획이 없다”며, 논란을 잠재웠다. 2018년에도 종로구가 개량한복 착용자를 고궁 무료입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여론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그렇다면 매번 반복되는 전통 한복과 개량한복의 구분하는 기준은 있는 걸까?

한복은 저고리와 치마 또는 바지로 상하 형태를 갖춰야 하고 깃, 고름, 동정이 필수라는 정도. 명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한복의 의미까지 훼손하는 것에 대해선 어느 정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기모노’, 중국 ‘치파오’, 베트남 ‘아오자이’ 등 각 나라별 전통 옷이 존재한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변화해 왔다. 편안함과 스타일, 디자인의 현대적인 옷에 밀려 전통 옷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몽골 역시도 도시화와 서구화되면서 전통의상보단 패딩이나 코트 같은 서양 옷을 입는 이들이 많아졌다. 델은 주로 나담축제 등의 전통 축제나 도시보다 초원에 사는 몽골인들이 주로 일상복으로 입고 있다. 그런 면에선 이번 몽골 단복은 전통의상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기회가 됐다.

 

 

경복궁과 고궁박물관 주변에서 개량 한복을 입고 셀카를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개량 한복이건 전통한복이건 우리에게 잊혀져 가는 한복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선택 받고 있다는 것에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하다. 

 

물론 외국인들이게 개량한복이 전통 한복문화로 인식되어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개량한복을 입는 외국인이나 우리 젊은 세대들은 “더 세련돼서 젊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편한 것 같다.”, “사회가 계속해서 변함에 따라 옷도 거기에 맞추어 변화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 “화려하고 색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컬러에 맞춰 골라 입었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전통 한복은 한복대로 유지하되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개량 한복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어느 범위까지의 변형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논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란이 종식되어야 우리도 전통 복식의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개막식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좀 더 앞당겨지지 않을까.

 

올림픽 대표팀 단복은 참가국들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들의 디자인 각축전이다. 내노라하는 유명 브랜드들이 제작한 단복을 제치고 몽골의 자국 브랜드가 제작한 단복은 전통미를 극대화시켜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사실 몽골 대표팀 단복도 따지고 보면 전통 복식의 스타일에 세련미와 현대적인 재해석을 더한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국가의 문화와 정신을 자연스럽게 녹여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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