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인의 눈에 비친 조선말기 의생활풍속의 한 단상(斷想)

박원호의 섬유역사산책 - 1
KoreaFashionNews | 입력 : 2016/01/22 [10:42]

최근 우리 ‘역사’가 갑자기 세간의 큰 관심거리로 대두하고 있다. 특히 근·현대사에 대한 교과서의 집필방향에 대한 논의가 매우 뜨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역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에, 정확하게 100여 년 전, 우리 선조들은 어떠한 복장을 하고, 어떠한 의생활문화를 영위하였는지 한번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 같다.


세상살이가 워낙 바쁘고 빠르게 변화하여, 어제 일어난 일도 까마득한 옛일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미래예측은 더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모든 풍속은 하루가 다르게 세계화되어 가는데, 그럼 20세기 초 서구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옛 풍속은 어떠했을까?


1890년 10월 조선에 기독교선교사로 들어와서 1940년 11월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되기까지 50여 년 간 이 땅을 밟고 살다가 본국으로 쫓겨 돌아간 미국인 의사 셔우드 홀(Sherwood Hall) 일가가, 당시 우리나라에서 체험한 시대상을 엮어서 ‘닥터 홀의 조선회상(1978년. 김동열 역(譯), 좋은씨앗. 2007)’으로 발간했다.

 

이 책 내용 중에 조선말기 의생활풍속에 대한 재미있는 단상이 소개되고 있어서 그 내용을 발췌해서 소개해 본다.

 

▲ 조선시대 말 신랑 신부 © TIN 뉴스

 

남여의복에 대하여

 

조선남자들이 입는 코트는 길고 무늬가 없는 흰색의 린넨으로 만들었거나 어떤 것은 실크, 또는 올이 굵은 무명으로 만든다. 어떤 옷은 양 옆을 쨌고, 어떤 것은 뒤쪽을 째는 등 일정하지가 않다.


소매도 어떤 옷은 그냥 느슨하게만 되어 있으나 어떤 것들은 일본옷처럼 큰 주머니가 달린 것 같은 모양으로 만든다.


가슴 위를 졸라매는데 약간 옆쪽으로 코트와 똑 같은 천으로 만든 대와 같은 끈으로 모양 좋게 매듭을 지어 맨다. 그들은 크고 느슨한, 묘하게 만든 바지를 입는데 발목은 끈으로 매어 조인다. 바지의 색깔도 역시 흰색이다.


겨울에는 코트와 바지에 솜을 넣는다. 옷 색깔은 흰색이나 염색한 것들이다. 어린 소년들만 색깔 있는 옷을 입는다. 군인은 검은색 옷을, 지위가 높은 사람도 가끔 검은색 얇은 겉옷을 입는다. 흰 무명으로 만든 양말과 엄지발가락 쪽이 튀어나오게 생긴 굽이 낮은 신발을 신는다.


대게 이런 식으로 머리에서 발까지의 독특한 모습의 복장이 갖추어진다. 글을 읽는 양반이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면 어김없이 폈다 접었다 하는 부채를 가지고 다닌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간에…


조선여자들의 옷은 멋지고 아름답다. 어깨와 소맷자락은 자주색 등의 밝은 색 실크이고 맨 위에 입는 긴 치마는 흰색이나 연한 파랑색이 대부분이지만 연두색도 있다. 조선 여성들은 상을 당해 흰색 옷을 입을 때 말고는 주로 밝은 색깔의 옷을 입는다.


처녀들은 결혼할 때까지는 머리 가운데를 양쪽으로 갈라서 길게 땋아 등허리까지 내려뜨린다. 결혼식 날에는 길게 땋은 머리카락을 틀어 올려서 뒤통수 밑의 목덜미 위에다 놓고 풀어지지 않게 나무나 산호, 또는 은으로 만든 핀(비녀)을 꽃아 단단히 쥔다. 조선 여인들은 귀걸이를 달지 않는다.


사실상 전체적인 외관으로 본다면 조선옷은 참으로 아름답지만 건강이라는 실제적인 안목으로 볼 때는 그 옷은 모양만큼 좋지 않다.


치마가 흘러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 가슴과 허리를 넓은 띠로 꽉 졸라 매야하므로 위생적이지 않다. 치마를 저고리에 붙여 꿰맨다면 모양도 좋고 건강에도 해가 없을 것이다. 속옷으로는 크고 헐렁하게 만든 두 개의 잠방이가 있을 뿐이다. 이것은 우리가 입는 페티고트(petticoat)와 비슷한 것이다.


두 개의 잠방이를 만드는 데 12미터 정도의 무명천이 든다. 겨울철에는 잠방이와 저고리에 솜을 넣는다. 치마는 한 쪽을 갈라놓는데 서민층 여자들은 오른쪽, 상류층은 왼쪽을 가른다고 한다.

 

다듬이질에 대하여

 

요전에 부엌에서 굉장히 크게 뭘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이것은 조선식 다듬이 방법이었다. 나는 이것을 보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조선 사람들은 옷을 세탁할 때면 다 뜯어서 빨고 풀을 먹여 다리미질을 한 다음 다시 바느질하여 새 옷 같이 만든다. 이들의 다듬이질 방법은 특이하다.


여자 두 명이 마주 앉아서 각자가 둥근 방망이를 두 개씩 들고 원통형 홍두깨에 감아 놓은 옷감을 두드리는 것인데 통나무 아래에는 다듬이돌이 놓여 있고 통나무를 받치는 다리가 양쪽에 있다.


옷감을 두드리는 방법은 마치 메밀을 타작하기 위해 도리깨질을 하는 걸 연상시킨다. 다듬이질을 하면 옷감이 반질반질하여 좋아진다.


그들은 무명천을 실크 같이 윤이 날 때까지 두드린다. 조선 남자들의 옷은 대부분 흰색이어서 부인들이 세탁하려면 옷을 뜯고, 빨래하고, 다듬이질을 해서 다시 바느질해야 하는데 그 과정은 너무나 힘든 작업이다.

외모와 두발에 대하여

 

조선 사람들은 대체로 세 계급으로 나눌 수 있다. 관리가 가장 높고, 중간 계급은 상인이나 남을 고용할 수 있는 계급이고, 하층은 육체노동에 종사한다. 이들은 내가 보기에 일본인이나 중국인들과는 상당히 달라 보인다.


부산에서 처음 본 몇 사람은 오히려 북미의 인디언을 연상시켰다. 인디언 보다 키가 크지는 않지만 일본인들 보다는 더 크다. 그들 모두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고 있다.


조선 남자들은 결혼하기 전까지는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고 가르마를 타고 머리카락을 땋아서 늘어뜨린다. 쉰 살이 되어도 총각이면 소년으로 취급된다. 결혼을 하거나 약혼을 해야만 머리카락을 위로 올릴 수 있고, 어린아이 신세를 면한다.


정수리 부분은 면도를 하여 깎아버린다. 중국인들은 이 부분을 기른다. 중국인들이 깎아버리는 부분에 조선 사람은 기르는 셈이다. 머리털을 위쪽으로 모아 틀어 올려서 머리 중심의 조금 앞쪽에다 상투를 만든다. 나무나 은으로 만든 핀을 상투 아래쪽에 꽂아서 상투가 곧 바로 서게 한다.


말총으로 그물처럼 짠 약 5센티미터 너비의 띠(망건)를 머리에 써서 머리털이 삐쭉삐쭉 빠져나오는 것을 막는 것으로 남자들의 머리 손질은 대체로 끝난다.

 

▲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 영국 여류화가가 그린 조선시대 모습 © TIN 뉴스

 

모자에 대하여

 

조선 사람들은 모자를 실용적인 목적 보다는 장신구의 하나로 쓰는 것 같다. 챙은 상당히 넓지만 모자 꼭대기인 관 자체는 작고 높지 않다. 이것을 상투 위에 쓴다. 상투가 그 속에 들어가게 되어 있고 끈이 달려 있다.
뺨을 타고 내려 온 끈 양쪽을 턱 밑에서 매게 되어 있다. 모자는 대나무를 가늘게 잘라 만든 뼈대에다 얇은 천을 씌워서 만들지만, 고급품들은 말총으로 만들고 색은 검은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지금은 임금의 어머니인 왕비 조씨가 서거한 장례기간이라 이를 조상하느라 모두 흰색 모자를 쓰고 있다.


궁중에서 쓰는 모자는 모양이 달라 양쪽에 날개가 달려 있다. 농부들의 모자는 곡식을 담는 바스켓 같이 크고 모양도 그렇게 생겼다.

 

혼례 풍습에 대하여

 

학교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소녀들이 곧 결혼하게 되면 약혼자들로부터 결혼 예물을 받게 된다. 이 행사는 조선 풍속에 따라 거행되는데 하인 한 사람이 밝은 등으로 만든 고리와 열쇠가 달린 큰 상자를 머리에 이고 온다.


이 상자는 초록색의 술이 달린 빨간색 실크로 싼 것이다. 원래는 이것을 신부의 어머니가 안마당에서 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 대청에서 받기도 한다. 그 다음에는 신부가 불려 나오는데 조선 풍속에 의하면 신부는 강제로 질질 끌려 나와야 한다고 한다. 끌려 나온 신부는 예물은 보지도 않고 등을 돌리고 앉는다고 한다.


그러면 신부의 어머니는 밝은 색 실크 저고리감과 치맛감, 흰색 실크인 잠방이감, 무명천, 그리고 서너 뭉치의 솜, 결혼식날 신부가 머리에 꽂을 은비녀, 한 쌍의 은가락지, 서양의 결혼증서에 해당하는 한문으로 쓴 문서 같은 종이(사주단자) 등을 차례로 하나씩 꺼낸다.


물건을 꺼낼 때 마다 사방에서 탄성을 지른다. 물건들은 펴 보지도 않은 채 상자에 다시 넣고 열쇠를 채워 사흘 동안 둔다. 그 다음에 다시 꺼내 바느질을 한다.


조선 처녀들은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신랑을 볼 수가 없다. 신랑과 신부 사이의 모든 결혼 준비는 중신어미라는 ‘왔다 갔다’하는 사람에 의해 다 이루어진다. 결혼 후에도 신부는 또 사흘동안 신랑을 보거나 말을 하면 안 된다. 이 기간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그러고 있을수록 더 좋다고 여겨진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식날 신랑은 관복을 입는 게 조선의 풍속인데 이때의 관복은 대부분 빌려서 입는다고 한다.

 

기타 일반적 몇몇 풍습에 대하여

 

우리(서양)는 장례식 때 검은색 모자를 쓰지만 조선은 흰색 모자를 쓴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존경을 표시할 때 모자를 벗는데 여기서는 그대로 쓰고 있다.

서양집은 대체로 문을 밀거나 당겨서 여닫고 창문은 옆을 밀어서 여닫지만 여기서는 그 반대이다. 글을 읽거나 쓸 때에도 우리는 왼편에서 오른쪽으로 써 나간다. 책에 주해를 달 때에도 우리는 페이지의 아래에 쓰지만 이들은 맨 위쪽에 쓴다.


방향을 이야기 할 때에도 우리는 북동남서의 순으로 하는데 이들은 동서남북의 순으로 말한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이들은 대단한 치사(존경의 표시)로 여긴다. 이들의 주식은 쌀이며, 감자, 배추, 콩, 메밀, 둥근파, 무 같은 것을 즐겨 먹는다.

 

▲ ©TIN 뉴스

 

박원호 TINNEWS
영남지사장(논설위원 겸직)
前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본부장
whpark@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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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16/02/04 [10:06]
내용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답답하기도 하네요. 남자 옷이 다양한걸 가지고 일정하지 않다니;; 남성들은 외출을 자주 하니 남성복 종류가 더 발달된 것인데.. 그것들도 엄연히 다 이름이 있는 복장들인데 누군 멀쩡한 도포를 쨌고 누군 어쨌고 통일성이 아예 없다는 것 같이 기록했네요ㅠㅠ. 심지어 원래 소매가 긴 도포를 가지고 일본 옷 같다니 그저 눈물만... 여성복은 가슴과 허리를 졸라매는 것이 건강에는 좋지 않겠지만 그게 위생과는 무슨 상관인지도 모르겠고, 한국 복식은 상하의가 나누어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 저고리와 치마를 꿰맨다뇨 ㅠㅠ 그저 그 당시 저 선교사가 생각한 내용일 뿐이지만 문화를 자세히 이해하고 작성한 것 같진 않아 읽으며 답답한 감이 있네요ㅎㅎ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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