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살아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자연환경도 잠시 사용하다가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싼 댓가를 치루면서 소유에 집착할 때가 있다. 내 집 마련이라는 전 국민의 삶의 목표도 그렇고, 가지고 싶은 것을 사기 위해 돈을 아껴 모으거나 신용카드 할부를 이용하여 일단 사고 보는 사람들 일명 지름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나만의 것이라는 소유가 주는 특별함과 행복, 안정을 무시할 수는 절대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소유할 필요는 없다는 나름 합리적인 발상에서 시작된 대여(rent) 혹은 나눔(sharing)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분야의 대표적인 제품은 자동차이다. 이미 자동차는 타지 여행이나 특별한 날을 위해 짧은 기간 동안 빌리는 렌트카부터 소유와 다름없이 장기간 빌리는 리스까지 다양한 대여방식이 이미 보편화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렌트카의 개념을 좀 더 유연하고 편리하게 한 미국 zipcar의 car sharing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럼 패션산업에서 빌려쓰기는 어떨까? 패션과 자동차를 비교해보면 일단 구입하고 나면 감가삼각이 엄청나다는 점이 자동차와 패션의 유사점이다. 또한, 실제 사용하는 시간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는 점도 있다.
대기시간으로 말하자면 물론 사람에 따라 혹은 가지고 있는 옷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개인마다 구입해놓고 일 년에 한 두번 밖에 안 입는 옷들을 상당히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계속 늘어나기만 하는 옷과 액세서리는 값비싼 주택의 소중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점과 유행이 너무 빨리 바꿔서 심지어 명품이라할지라도 소장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점까지 생각한다면 빌려쓰기 패션이 완전히 황당한 것은 아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제한된 예산을 가지고 업그레이드된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고 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빌려쓰기 패션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소비자간의 렌탈을 가능하게 하는 P2P사이트들도 생겨날 것이다. 단, 누가 입었던 옷일지 모른다는 소비자의 찜찜함과 소유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오랜 전통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