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패션위크 기간은 서울컬랙션보다 디디피의 개관이 더 관심이 가는 사건 이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건축물 자체 보다는 다른 이념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디디피는 개관과 동시에 긍정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내가 긍정적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디디피를 찾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디디피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개관 이전보다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좋아진 것 같다. 내 주변의 반응도 대부분 긍정적이다. 돈이 좀 많이 들어갔지만 멋진 건물이 서울에 생겼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내 생각에도 이 건물은 인천공항처럼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한국사람의 자랑이 될 것 같다.나는 완성된 디디피를 보면서 디디피를 설계한 ‘자하하디드’가 그 동안 맘 고생이 얼마나 많았을지 알 것 같았다. 디자인을 실재화하는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의뢰한 사람과 완성물을 사용할 사람, 제작에 직접 관여할 사람들과 끊임없이 의견조율을 해야 한다. 대부분은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디자인의 결과물을 디자이너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디자이너에게 전달되는 다른 사람의 의견들은 디자이너를 힘들게 한다. 디디피 같은 국가적인 프로젝트라면 아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설계자에게 의견을 제시하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했을 것이다. 그 모든 상황을 견디고 해결하면서 결국 자기가 의도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디자이너에게 찬사를 보낸다. - 그녀가 한국 사람이 아니어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 그리고 이렇게 멋진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우리의 건축실력에도 놀라움 이상의 찬사를 보낸다. 디디피의 주된 논란이 주변과 조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한다. 가슴에 손을 언고 생각해보자 동대문에 조화를 이뤄야 할 건축물이 있었던가? 추억의 동대문 운동장을 살릴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디디피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디디피가 기준이 되어 오로지 장사만을 위해 염치를 버린 공간이 동대문에서 사라지기를 바란다. 디디피의 개관으로 동대문이 한국 패션의 중심지가 되는 것은 이제 바꿀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동대문에 한국 패션의 기준이 되는 높은 수준의 패션 윤리가 필요하다. 내가 지은 이 건축물이 디디피가 있는 동대문에 어울리는지, 내가 만든 옷이 디디피가 있는 동대문에 어울리는지, 내가 하는 행동이 디디피가 있는 동대문에 어울리는지 생각한다면 동대문은 진정한 한국 패션의 중심이 될 것이다. 디디피의 개관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디디피가 아니다. 건축물은 건축물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채워야 하는데 얼마나 좋은 것들을 디디피 안에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다. 벌써 ‘앉을 곳이 없다’, ‘입장료를 받는다’, ‘먹을 곳이 없다’, 등등 오로지 개인의 편의만을 요구하는 수준 떨어지는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과 몰염치로 욕심을 채우려는 장사치들이 서울시를 들들 볶아 디디피 내에 포장마차 같은 푸드트럭이라도 즐비하게 늘어서는 사태가 일어나면 안된다. 기왕 만든 멋진 건물을 잘 살려서 우리나라 패션계의 자랑거리로 만들어보자!
심상보피리엔콤마 대표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