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보 칼럼/ 한국패션계가 살아날 비책

운영자 | 입력 : 2012/08/24 [11:23]
서울시와 디자이너연합회의 극적 타결로 서울컬렉션이 마무리 되었다. 서울컬렉션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면서 이젠 진짜 고민을 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우리나라의 컬렉션의 목적은 글로벌 트랜드의 제안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모두 알고 있다. 우리나라 컬렉션의 진정한 목적은 새로운 디자이너의 발굴에 있어야 한다. 혹시 서울 컬렉션이 세계적인 컬렉션이 될 것 이라는 망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본다. 새로운 디자이너를 찾기 위해 서울컬렉션은 계속 되어야 하며, 이런 고귀한 목적에 어느 누구의 개인적인 욕망도 끼여 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컬렉션이 계속 되더라도, 그리고 가능성을 확인한 새로운 디자이너가 나타나더라도, 디자이너의 탄생 이후에 발전해나갈 단계별 발판이 없는 한국의 상황은 황당하기만 하다. 좋은 싹을 찾아놓고 말려 죽이는 꼴이다. 
아주 단순한 패션디자이너의 성장 과정은, 컬렉션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발표하고 각종 전문 매스컴을 통해 대중과 전문가에게 가능성을 인정 받고, 이런 인지도를 바탕으로 바이어들과 만나고, 소비자와 제품으로 평가를 받게 되고, 다시 디자인을 보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작품을 컬렉션에 올리고… 이런 일련의 단계를 반복하면서 탄탄한 브랜드로 다져지는 것이 아주 일반적인 디자이너 브랜드의 성장과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컬렉션이 끝남과 동시에 모든 것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매스컴도 없고, 바이어도 없고, 소비자도 없다. 컬렉션은 컬렉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서울컬렉션을 오로지 컬렉션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넌센스 같다.

이제 우리나라 패션계가 긴 고통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시점 인 것 같다. 이제부터 방향성을 정확하게 가지고 집중된 역량을 보여 주어야 패션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태산을 가릴 정도로 거대하지만, 이것만큼은 꼭! 해결 했으면 하는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컬렉션을 정확하게 평가해줄 수 있는 전문 매스컴의 탄생이다. 우리나라의 패션 전문지들은 컬렉션에 대한 어떠한 의견도 내놓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어떤 컬렉션은 새롭고, 어떤 컬렉션은 진부하고, 평가를 하지 않는다. 그저 그런 가벼운 설명과 컬렉션의 사진을 게재하는 것으로는, 컬렉션을 준비한 디자이너도, 그것을 바라보는 패션인도 발전할 수 없다. 만약 잘못된 평가라 하더라도 그 평가에 대한 왈가왈부만으로도 디자인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확신을 가지고 컬렉션에 대하여 논할 수 있는 언론이 있어야 컬렉션이 진화 할 수 있다. 

둘째는 패션진흥을 위한 정부지원에 대한 문제다. 우리나라에는 패션산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정부지원이 있다. 그런데 집행하는 주관기관도 너무 다양하고, 지원목적도 너무 다양하며, 선정과 평가의 방법도 중구난방이다. 물론 기관마다 패션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결국 수혜집단은 하나이며, 얻고자 하는 목적도 하나다. 수혜집단은 패션브랜드, 종국의 목적은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어 국가에 이익을 가져오는 것! - 이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지원은 조금씩 다른 목적으로 여러 가지 제목으로 일관성 없이 진행되어야 하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비전문가 집단인 기관의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는 최고 책임자의 의중에 따라 지원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이다. 전문가 집단이 스스로 최선의 방법을 찾도록 하고 그 계획을 지원하는, 진정한 지원자의 입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성장 단계별로 체계적인 지원을 하여 종국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마지막은 패션계의 대동단결이다. 원래 패션계 사람들은 자기생각이 너무 강해서 화합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분오열하여 각자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패션계는 노숙자모임만도 못한 교섭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사건도 이러한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패션계의 결집력부재는 선후배간의 문제가 크다. 다른 유사집단의 결속력에 비해 너무 미비한 선후배간의 관계는 소중한 경험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감각과 소통할 통로를 막아버리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런 이유는 후배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얻을 것이 있어야 관계는 유지된다. 경험이던, 돈이던, 애정이던…. 얻을 것이 없거나 얻을 수 없는 것은 같은 결과이다. 

이제는 내어주고, 밀어주어야 할 때다. 비슷한 꿈을 가지고 있는 패션계는 가족이다. 가족에게 대우받고 인정 받지 못하는 구성원이 사회에 나가 성공할 수 있을까?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가족의 응원이 있다면 끝까지 도전해볼 용기를 낼 수 있다. 어렵게 만들어진 디자이너 연합회가 한국 디자이너들의 울타리 역할을 잘해 나가길 진정으로 바란다.

심상보
피리엔콤마 대표
아이패션 의류기술센터 수석연구원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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